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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징 Aging

 

 동물은 사후에 도살 → 사후강직 → 자가숙성 → 부패의 과정을 거친다. 사후 강직은 사후 시간이 지나면서 근육이 수축해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다. 

 사후 직후 여전히 살아 있는 근육 세포들이 자가숙성한다. 그 이유는 사후 직후여도 여전히 근육세포들은 살아 있고 글리코겐도 일정량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살아있는 근육세포는 글리코겐을 젖산으로 바꾸어 에너지를 얻고 이때 생성된 젖산은 pH를 떨어트려 근육의 액틴과 미오신이 결합하기 좋게 만든다. 액토미오신이 생성되면 점점 근육이 뻣뻣해지게 된다.

 사후 강직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근육의 pH가 5.5 이하가 되고 이때 최대 강직이 온다. 이후에는 당연히 젖산 생성도 중단되며 근육 조직의 단백질 분해 효소가 분해를 시작한다. 자가 숙성 시기다. 

 자가 숙성 시기에는 아미노산과 지미 성분이 증가하고 육질이 연해지게 된다. 이때 고기를 육즙과 함께 진공포장 된 채 숙성을 거치는 것이 습식숙성 Wet Aging. 

 고기를 공기 중에 노출해 숙성을 하는 것을 건식숙성Dry Againg 이라고 한다.

 공기 중에서 오랜 시간 숙성을 거치면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이 생겨나고 부드러워진다. 표면의 아미노산과 맛 성분은 안쪽으로 몰려 응축된 맛을 내지만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육즙이 적다. 

 건식숙성의 숙성 기간은 최소 10일에서 최대 40일 사이가 좋으며 저장 온도는 1~3도, 습도는 70~85%로 유지하며 통풍이 잘되는 곳이어야 고기가 골고루 마를 수 있다. 

 이렇게 숙성된 고기는 딱딱해서 먹을 수 없는 겉 부위를 손질해내고 농축되고 더 깊은 맛을 내는 고기 내부를 사용하게 되는데 수분이 증발하기 때문에 육즙이 포함된 부드러운 맛은 기대하기 어렵고 좀 더 야생의 맛에 가까우며 줄어든 무게만큼 그 가격도 굉장히 올라가게 된다. 

 일반 가정에서는 활용하기 어렵고 전문 드라이 에이징 냉장고를 갖춘 업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플리핑 Flipping

 지금껏 오랜 세월 동안 스테이크는 단 한 번만 뒤집어야 된다는 상식으로 요리를 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는 많이 뒤집어야 좋다. 그것도 아주 많이! 

 스테이크를 구울 때 고기를 센 불에서 굽게 되면 겉이 바삭해지고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한다. 

즉 마이야르 반응*을 끌어내며 육류는 진정 우리가 원하는 스테이크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핵심은 마이야르 반응을 어떻게 하면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느냐인데, 한 면을 익히고 뒤집어서 끝내는 방법 같은 경우 보통 고기를 뒤집으면 고기 표면의 온도는 160도에서 120도 정도로 40도가 단 몇 초 안에 떨어지게 된다.

 마이야르 반응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기를 대략 15~20초에 한 번씩 뒤집어주어 온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양면의 마이야르 반응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한 번만 뒤집으면 한쪽 면을 오래 익혀야 하고 뒤집어서 마무리할 때 오버쿠킹의 우려가 있다. 

 이런 식으로 센 불에 겉면만 뒤집어가며 익히면 내부 온도는 빠르게 상승하지 않는다. 고기를 골고루 여러 면을 익히게 되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거기에 마이야르 반응의 극대화로 인해 고기 맛까지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므로 최상의 스테이크를 기대할 수 있다.

 *마이야르 반응 Maillard Reaction은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작용하여 갈색의 중합체인 멜라노이딘Melanoidine(갈변 물질)을 만드는 반응을 말한다. 즉 대부분 식재료는 조리 과정을 통해 ‘갈색’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가열에 의한 갈색화의 원인은 ‘캐러멜화 반응’과 ‘마이야르 반응’ 때문이다.


 레스팅 Resting

 고기 볼 줄 안다고 오랜만에 비싼 돈 들여 좋은 고기를 샀는가? 완벽하게 익힌 고기를 불에서 꺼내어 뜨거운 게 좋다며 바로 먹고 있지는 않은가? 과연 그렇게 해서 비싼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결과는 NO. 가장 중요한 레스팅 과정을 빼먹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레스팅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뜻밖에 많은 요리사 혹은 레스토랑에서도 이 레스팅 과정을 무시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모른다는 이유로….

 스테이크 맛을 좌우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레스팅은 육질에 대한 질감이나 맛에 있어서 그 어떤 과정보다도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레스팅의 물리적 현상은 어떨까? 고기가 열원으로부터 가열이 시작되면 고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고기에 포함된 지방이 가장 먼저 녹기 시작한다. 

육류의 지방이 녹는 온도는 돼지고기 28~40도, 쇠고기 40~50도, 양고기 44~55도 정도로 각기 다르다. 

지방 다음으로 육류의 70%에 이르는 수분 즉 육즙도 열을 받아 팽창하기 시작한다.

 그 후에는 마지막으로 고기 내부의 온도가 올라 50도에 이르면 단백질이 익기 시작하여 고기의 육질 사이로 빠져나와 배회하기 시작한다. 육류가 그릴에 있을 동안 내부의 지방과 육즙은 열 때문에 매우 높은 압력이 형성되면서 부풀어 팽창한다. 뜨거운 불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지만 그 후 열에서 꺼내 상온에 두면 압력이 해소되어 고기 내부가 안정화되면서 육즙이 섬유질 속으로 재흡수된다. 

 즉 고기의 지방과 단백질이 다시 조금 굳어지며 좋은 질감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육질의 밀도가 향상된 고기는 매끄럽고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결과를 주게 된다. 그렇다면 조리된 스테이크를 단순히 상온에 몇 분간 두는 이 단순한 레스팅 과정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내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해보자.

 먼저 육류는 조리 과정을 거치며 13%의 무게를 손실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레스팅을 거치지 않은 육류는 추가로 9%의 무게 손실이 생겼다. 육즙이 말 그대로 줄줄 새는 것이다. 이 육즙에는 고깃덩어리보다 더 많은 풍미를 품고 있다. 하지만 레스팅을 단 2분 30초만 하더라도 9%의 추가 손실을 6%로 줄일 수 있고, 5분 후에는 손실이 단 3% 그리고 7분 30초 이후부터는 단 2%의 추가 손실만 생겼다. 

 다시 말해서 레스팅을 하지 않은 육류에 비해 무려 7%나 많은 육즙을 지킬 수 있었다는 말이다. 내부 온도는 5분까지는 그대로였으며 7분 30초 때 1℃가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10분이 지나자 3℃, 12분 30초가 지났을 때는 대략 8℃ 정도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레스팅을 하며 육류 손실을 최소화하는 최단 시간은 7분 30초, 내부 온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막는 마지막 시간도 대략 7분 30초. 결국, 레스팅은 5분에서 7분 30초가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일정한 육류와 일정한 크기의 육류로 실험한 결과일 뿐 다른 육류와 다른 크기로 실험한다면 물론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레스팅의 원리와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레스팅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를 돕는 것임을 생각하기를 바란다.


<출처:조리상식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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